눈으로 보는 이야기

달마산, 그 비경 속으로

낮은담☆ 2007. 9. 14. 00:24
능선을 따라 종주하는 내내 양쪽으로 바다를 볼 수있다는 말에 무박산행을 따라 나서기로 했습니다.
밤 10시에 출발한 관광버스는 40여명을 태우고 해남땅을 향해 밤길을 달립니다.
 
새벽 네시, 미황사라는 자그마한 사찰에 닿았습니다.
겨우 대형 버스 두 어대 세워둘 공간의 주차장에 모여 순두부로 가벼운 요기를 하고 다섯시쯤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상에서 일출을 본다는 계획이었지만 사량도로 가기위해 가오치 선착장에 닿았을때 처럼, 어둠과 결탁한 짙은 안개가 산을 휘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개로 촉촉히 적셔진 산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청량감은 각별했습니다.
 
해발 490미터에 불과한 산인데도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삽십여분쯤 오르니 제법 큰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위로 오를수록 그 덩치가 만만히 않았습니다.
어느새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어둠에서도 벗어나고 시야가 트이기 시작합니다.
 
휴대전화에 모닝콜로 설정한 500 Miles가 울립니다.
그새 여섯시입니다.
 
몇 분 뒤 정상에 올랐습니다.
달마봉을 알리는 표지석 앞쪽에 두길은 되어보이는 돌무더기가 쌓여있었습니다.
 
십여분 지나니 한줄기 바람이 휘몰아오르면서 산 아래로 부터 안개를 걷어 올리기 시작합니다.
언뜻 푸른 녹지대와 물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안개로 뒤덮이고 맙니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졌지만 탄성은 이내 에이, 하는 탄식으로 바뀝니다.
 
아마 비경을 함부로 보여주기 싫었던가 봅니다.
 

 

감추고 드러내고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서야 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멎을듯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뒷편 봉우리에는 아직 안개가 머물고 있습니다.
 

 

 

어느새 솟았던지 구름 사이의 좁은 틈새를 뚫고나온 아침햇발이 해수면에 반사됩니다.

 

 

 안개 뒤에 숨어있을 비경을, 아직은 상상만 합니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는 동안 아무 곳으로나 눈을 돌려도 탄성이 터지는 절경뿐이었습니다.
 

 

 

남쪽의 금강산이라는 명성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른쪽도, 왼쪽도 모두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산이었습니다.

 

 

 

 

기암괴석, 달리 바꿔 말할 말이 없는....

 

 

 억새와 기암과 바다와 섬, 또 파란 하늘.

이 아름다움에 빠져 넋을 잃은 나는 어느새 후미로 쳐지고 말았습니다.

 

 

편안한듯 하면서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모나고 거친 바위가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여섯시간의 종주가 마무리 되는 마지막 봉우리였습니다.

 

 

 

달마산.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는, 10~20미터짜리 로프가 곳곳에 걸린 유경훈련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숨이 차오를 때 둘러보는 다도해의 절경은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청량제였으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당끝마을이라는 거리감때문인지 사람의 흔적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07. 09. 09

                                                                                        아직도 주체못할 여운에 허우적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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