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에 꽃이 필때 나는 지나친 화려함 때문에 오히려 슬펐어.
그만큼 머무는 시간도 짧았으니까.
꽃비가 내리는 날이면 너는 슬픔을 삼키려고 몸을 부르르 떨곤했지.
꽃비를 낭만으로 보지 않는 건 너와 나 뿐일것 같아.
가을이 오면 네 잎들은 주위의 어느 나무들보다 앞서 타오르기 시작하지.
그것도 붉게, 활활.
그래서 또 슬픈 거야.
네 낙엽들처럼 약한 바람에도 허망하게 손을 놓아버리는 것들이 또 있을까?
산은 아직 불타고 있는데 너에게는 벌써, 달랑 한 잎만 남았을 뿐이야.
올해는 저놈마저 포물선을 그리는 걸 지켜보지 않겠어.
그래서 지금 가려고 해.
내 마음이 네 마음일테니 아무 말 하지말고 그냥 먼산을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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