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고백했습니다.
혼주대표 인사를 하라고 합니다.
목사님, 아들 하나 더 생겨서 기쁘시죠?
목사님 내외가 싱글벙글입니다.
(사돈되는 이가 목사입니다. 아들이 신학교 1학년일때 하라는 공부는 않고
아들녀석의 침신대 동기인 자기 딸을 데려다 연애질만 했는데도 무척 즐거운 가봅니다.)
저도 딸이 생겨 무척 기쁩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쁜딸과 아들이 오늘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요즘 세태가 그렇지 않은데 첫사랑으로 만나 가정까지 꾸리게 된 우리 아이들이
저 케잌 위에 예순 개쯤의 촛불을 켤 수 있도록 진심으로 축복해 주는 마음으로
박수 한 번 보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내친 김에 사랑 고백을 좀 해야겠습니다.
여지껏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했는데....
아들아! 사랑한다.
그리고 하객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해주지 못하고 미루고 미루어 왔던 말, 사랑한다!
그 말을 해주었습니다.
하마트면 쇳소리처럼 갈라질 뻔한 목소리를 억누르며
그 말을 해주었습니다.
귀경길의 고속도로에 옅은 안개가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듯하게 자라준 것이 고마워서, 뭐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해 미안해서
마음이 아렸습니다.
창밖이 뿌옇게 변했지만 안개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여는 순간 물줄기가 흘러내립니다.
아, 흉은 보지 마세요.
기뻐서 그러는 것이니까요.
내일쯤, 혹 제 눈탱이가 좀 부어 있더라도 모른 척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기뻐서 그러는 거니까요.
2009. 0207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드 2008 (0) | 2008.08.11 |
---|---|
상실과 고갈 (0) | 2008.05.28 |
5월, 아카시아와 실락원 (0) | 2008.05.15 |
축복처럼 다가온 와인과의 만남 (0) | 2008.04.18 |
또 배꽃이 피었다 (0) | 2008.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