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이야기

네온의 아침

낮은담☆ 2008. 9. 16. 11:48

 

 

이 거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풍경을 담은 시각이 아침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 챌 것이다.

12시간후의 이 거리는 통행이 쉽지 않을만큼 붐비는 곳이니 말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면 아침 여섯시에 이 길을 지나기 시작한지 100일이 되가지만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그리고 매번 의문부호를 남긴다.

"저 네온들 꺼지고 켜지는 시간은 몇 각일까?"

 

20대 초반이 장악하고 있는 이 거리.

거의 매일, 밤 새 퍼부어 게슴츠레해진 눈동자의 젊은이들 다수와 조우하게 된다.

 

더러는 길바닥에 널브러져서.

혹은 인사불성의 여자친구 곁에서 헤롱거리며.

드물게는 세상의 모든 이론을 깨부실듯 핏발 세워 토론을 하고.

또는 화끈한 밤문화의 여운을 붙들고 흐느적거리는.

 

분노를 느끼게 하던 풍경이 일상이 되가더니 어느새 무감각해진다.

전철을 향해 잰걸음질 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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