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인 짧은 이야기

푸르름을 향한 그리움

낮은담☆ 2008. 4. 17. 07:52

내 마음속은 항상 "구슬을 던지면 쨍 소리 나게 맑은 하늘"에 대한 향수로 넘치곤 합니다..

회색의 도시에 갇히게 되면서 잃어버린 푸른 하늘은 어느새 감당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변해  귀향을 꿈꾸게 합니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어도 먼산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그곳에 가있는 나를 발견하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도시를 떠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속세도 벗어나고 싶지만 이 악몽의 도시를 벗어나는 일도 녹록치가 않습니다.

 

며칠을 벼르다 하늘공원으로 달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에 그곳에 다녀왔으니 딱 반년만의 걸음입니다.

 

 

운좋게도 서울에서는 참 보기드믄 하늘을 담아와 종종 바탕화면으로 바꿔가며 쓰고 있는 그림입니다.

어느새 난지도의 하늘은 항상 푸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나 봅니다.

 

 

그러나 반 년 뒤의 하늘은 맑은 날이었음에도 트이지 못한 시야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지난 가을의 하늘은 아주 잠깐 비구름이 몰려들었어도  음산하지 않았었다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늘공원을 찾은 두 번째 이유는 야생화를 보고싶어서 였습니다.

그러나 억새를 베어낸 그 넓은 자리에는  민들레와 제비꽃만 드문드문 보였을 뿐입니다.

 

 

황량한 들판으로 변해버린 억새밭을 하릴없이 터벅거린 셈이지만 가꾸어 놓은 꽃 중, 그나마 눈길을 끌었습니다.

 

 

 

육안으로 본 보라색꽃은 참 고왔는데 역시나 디지털의 세계는 보라색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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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만만한 게 빨강, 파랑, 노랑인가 봅니다.

 

 

 

어느새 해거름입니다.

공허한 마음으로 읽어서 일까요?

한참동안 등을 기대고 밀어를 나누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한쌍의 실루엣이 심각해 보입니다.

 

맥없이 카메라의 전원을 끄며 벤치에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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