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화엄제'를 알리는 포스터에 쓰일 연꽃 사진을 의뢰받은 K형이 신천리 부근의 관곡지로 출사 간다는 말을 듣고
합류하기 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몇 만평은 됨직한 너른 들에 오랜 시간 공들여 조성해온 갖가지 연꽃들이 절정이었습니다.
일곱시를 갖 넘긴 시각이었지만 꽤 많은 카메라족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수즙은듯 입을 벌리기 시작한 연꽃은 마치 소녀 같았습니다.
흐린 하늘은 항상 배경으로는 빵점입니다.
잠시 드러난 햇살을 품은 꽃을 보며 '촛불'이 연상 되었습니다.
못에 투영된 해가 예뻤습니다.
아주 이른 새벽이었거나 비가 갠 직후라면 이보다 더 멋진 물방울이 맺혀있었겠죠.
흐드러진 연꽃 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꽃잎과 꽃술이 다지고 남은 씨방이 마치 옛날 샤워꼭지 같습니다.
활짝 피어 올라 농염함을 풍깁니다.
완숙미에 대해 말하는듯 합니다.
날이 맑았더라면 못에 반사된 꽃이 더 생생했을 터인데...
관곡지 입구에는 만개한 연꽃의 조형물이 요란하지 않게 놓여 있었습니다.
동으로 만들어 설치 해 놓은 우산.
키 순서로 배열해 놓은 연꽃은 관곡지의 상징물인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