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록키에서 5~60년대 유행하던 고양이눈 뿔테 안경을 낀 애드리안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던 록키는
마침내 그녀와의 데이트에 성공하게 된다.
스케이트장에서 낡고 볼품없는 안경을 벗겨낸 록키는 애드리안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난 네가 예쁘다는 걸 알고 있었어."
요즘 야생화의 매력을 배우기 시작한 내가 어제 찍어온 사진을 정리하면서 뜬금없이 십수년도 전에 보았던
영화 속의 대사를 떠올리며 주절거린다.
"난 네가 그렇게 예쁘다는 걸 몰랐어."
참 예쁘다.
그냥 꽃이기 때문에 예쁜 게 아니라 작고 앙증맞은 체구에 갖출 건 다 갖추었으면서도 뽐내지 않고 다소곳하게
숨은듯 서있어서 더 아름답다.
퇴화기에 들어섰다는 증거로 자주 엉키곤 하는 내 메모리는 생생히 기억해 낼 줄 알았던 야생화의 이름들이 저장된
클러스터를 찾지 못해 버벅 거린다.
말 한 번 붙여볼 껄...하는 궁시렁거림과 함께 잠시 스쳤던 만원 버스 속의 여학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설레이듯
바로 어제 요모조모 살펴보고, 무릎을 꿇고 촛점창 너머로 열렬히 탐색하던 그 모습을 돌아본다.
1.노루귀
2.노루귀
3.복수초
4.산자고
5.피나물
6.명자꽃
7.섬노루귀
8.은양지꽃
9.잔털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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