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실족과 추락

낮은담☆ 2008. 3. 26. 22:25

언제부터 였을까?

팔팔함이 꺾이고 노쇄의 길로 들어서면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대로 날렵한 편이어서 엔간한 돌발상황에서도 방어모드가 쉬 작동하곤 해서 크게 다치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더니 몇해 전부터는 주기적으로 부상을 당하곤 한다.

 

사년 전인가?

심하게 손상된 오른쪽 발목에 한동안 깁스를 하고 나서도 꽤 오래 후유증에 시달렸었다.

그 다음해, 포클레인에 종아리가 으깨지는 사고를 당하고 나서는 조금만 위험하다 싶어도 반사적으로 몸을

사리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는 삼재인지 뭔지가 끼었다더니 다시 사고가 연달았다.

사다리에서 거꾸로 미끌어지는 예고편이 있었으면 몸을 좀 사려야 했는데 가벼운 상채기만 입고서 액땜으로

자위했다가 된통 당하고 말았다.

 

지인들과 북한산행길에 올랐다가 자칫 세상하직, 최하 불구가 되었어야 할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날 좀 무리한 산행이기도 했지만 얼었던 얼음과 눈이 녹아내리며 질척거리는 길에서 급하게 방향전환을

하다가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걸음을 옮겨야 했다.

 

집둥력이 떨어진채 산허리를 돌다 아차하는 사이에 실족을 하고 말았다.

심한 경사지를 무서운 속도로 뒹굴다가 겨우 멈춰선 곳은 수직벽이 시작되기 몇 미터 전이었다.

 

여기저기 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오른팔의 근육골절을 빼고는 크게 다친데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꽤 오랫동안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오히려 행운이지 싶었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 중에 재앙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말이있다.

오른팔을 열심히 찜질하고 있을 때 큰아이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새삼스러운 속설을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안전벨트가 풀리면서 전신주에서 추락했단다.

왼쪽 허벅지 - 분쇄골절

왼쪽 팔꿈치 - 탈골

제 4요추 -  골절

 

머리를 다치지 않았으니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아이가 실려간 충남대병운으로 달려가 확인해보니

전치 16~ 20주,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기까지 1년은 족히 걸린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내가 미리 다쳐 주어서 아이의 부상이 그정도로 그친 걸까?

내가 더 심하게 다칠 상황을 면해서 나머지 화가 아이에게 돌아간 걸까?

 

그러다 결론을 내린다.

이 곤고한 여로는 언제나 마감이 될까...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복처럼 다가온 와인과의 만남  (0) 2008.04.18
또 배꽃이 피었다  (0) 2008.04.17
그녀도 떠났다  (0) 2008.02.12
드라마 이산과 사도세자 그리고 나  (0) 2008.02.06
내게도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 있다  (0) 2008.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