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창 너머

낮아져라

낮은담☆ 2008. 5. 27. 21:14

 

낮아져라, 더 낮아져라.

큰구슬봉이와 매우 흡사한 이 꽃은 키가 겨우 1센티미터 남짓한 아주 작은 꽃이다.

헤발 1088미터 망경대산 정상 헬기장에 한 두 포기씩 수 백송이가 무리지어 있었다.

 

단렌즈에 익스텐션 튜브를 끼우고 바짝 엎드려 촛점창 너머의 그녀들이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촛점링을 조금씩 돌리며 그녀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너희들 참 앙증맞구나.

내가 본 꽃중에서 너희들 키가 제일 작아.

나는 너희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 이렇게 낮아지고 있어.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이 바짝 엎드렸지만 나는 너를 여전히 내려다 보고 있구나.

 

 

"감동을  주려면 먼저 피사체에 감동을 받아야 해.  내가 왜 이 사진을 찍는지를 생각해야 하고."

내 친구  K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어느새 내게 전이된 탓이다.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지?

참 교묘한 곳에 숨어 있는 한 송이를 발견하고 담아왔는데 너를 부를 이름이 없어 아쉽다.

 

 

 

몇 무리가 앞서서 길을 떠난 빈자리가 허전하지는 않았다.

제가 가야할 길을 가고 있을터이니 말이다.

 

민들레는 하나같이 탈모증 환자처럼 윗부분의 씨앗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미풍에 흔들거리면서도 제 몸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씨앗 한올이 눈길을 끌었다.

손을 놓는 순간 새로운여행이 시작 될터인데 말이다.

 

'초점창 너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급한 가을  (0) 2008.06.24
비의 노래 / 물방울  (0) 2008.06.18
산딸기와../ 수리산에서  (0) 2008.05.13
벌깨덩쿨 / 수리산  (0) 2008.05.11
노루귀, 얼레지  (0)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