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인 짧은 이야기
늙어간다는 것
낮은담☆
2011. 5. 10. 11:05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는 말이 있다.
권력의 속성을 말하는데 동원되곤 하는 관용어지만
꽃의 허무함이 그러지 아니한가?
안도현 시인의 '제비꽃'이라는 시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길래
화분에 담아 한 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중략]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어요.
나는 금새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땐 시들줄 알아야 꽃인 것이니까요 -
그러나 때론 꽃의 잔해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민들레 홀씨가 그렇고
슬프도록 붉은 꽃잎을 벗어 던지고 홀씨만 남은 할미꽃도 그렇다.
비가 잦아든 아침 촛점창을 뚫고 들어온 모습에 숨을 죽인다.
창포물에 갓 헹구어낸듯
물기 머금은 생머리를 드러낸 백발 성성한 할미꽃의 우아하게 늙어 가는 모습은
새롭게 발견한 또 다른 매력이다.
늙어간다는 것.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