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담☆ 2009. 1. 29. 13:31

 

재작년 6월.

회현지하도를 버겁게 올라오는 80 중반으로 보이는 노부부와 마주쳤었습니다.

 

서로의 존재에 의지해  묵묵히 계단을 밟습니다.

바깥보다는 서늘한 지하계단이라도 오뉴월의 무더위에 늘어진 몸으로  손잡이에 

의지하지 않고는 두 분 다 계단을 오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가방을 받아들고 뒤따르는 할아버지의 시선은 할머니의 발꿈치를 바라보면서도

마음은 할머니를 업고 계단을 오르고 계셨을 겁니다.

평생 같은 길을 걸어오신 할머니께서는 보지 않아도 할아버지의 그 마음을  읽으셨겠죠.

 

 

 

 

어제 오후.

렌즈를 수리하기 위해 숭례문 나들이를 했습니다.

 

신세계 앞 노점 풍경을 몇 장 담아 계단을 내려오다가 내 눈을 의심했습니다.

재작년에 스쳐지났던 분들이 다가오셨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 정겨웠고  줄잡아 60년 이상  한길을 걸어오셨을 두 분의 족적이

나에게는 경이로움으로 깊숙히 각인 되었기때문에  한 눈에 그때 그분들이라는 걸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조금의 의혹도 갖지 않으렵니다.-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가볍게 부축하고 계단을 오르십니다.

할머니의 발걸음이 전보다 많이 무거워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예비로 가지고 나온 단렌즈가 탑재된 것을  아쉬워하며 셔터를 눌러야 했습니다.

적당한 구도라고 판단되어 두 어컷을 찍었을  뿐인데도 두 분은 그새

촛점창에서 멀어져 버렸습니다.

 

평생을 손잡고 같이 갈 수 있는 축복을 받은 두분이 떠나는 것도  한 날 한 시가 되게 해달라고

빌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