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태기
남백산씨 - 박형진
낮은담☆
2008. 12. 21. 22:28
사진 - 망마실 댕기다 퍼옴
삶에 조급해질 때면 늘 펼쳐들고 조용히 낭송하곤 하는 시 한수 공유 해보려고 합니다.
평생 농사일에 찌들어 구부정한 모습 밖에 상상할 수 없지만
남백산씨 그 이가 바로 신선이려니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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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백산 <박형진>
변산면 마포리 종암 사시는
금년 나이 여든 다섯의 남 백산씨는
비루먹은 소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흐연 중우 적삼을 걷어 부치고
이랴 쪄쪄-
금년에도 뙈기논을 갈고 있습니다
소가 빨리 가지 않아도 그만,
가다가 흘낏 뒤를 돌아봐도 그만,
이랴 쪄쪄 한마디 뿐
보거리질 한번 않습니다.
변산 들러 격포 채석강 찾아오는 관광객들
토요일 일요일이면 자가용 몰고
줄줄이 종암 고개 넘어 오는데
팔구십 백 키로를 신나게 밟고 오는데
오늘은 남 백산씨 달구지에 걸렸습니다.
뒤에서 죽어라 빵빵대도
쟁기 떼어서 달구지에 싣고
고삐 채 잡고 앉아 우선
담배부터 한 대 말아 부칩니다.
이랴 쪄쪄 - 바쁘면 늬가 바쁘지 내가 바쁜가?
종암 고개 천천히 올라갑니다.
구십 고개 그렇게 올라갑니다.
성질 급한 차들
한 십리 뻗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