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을 향한 그리움
내 마음속은 항상 "구슬을 던지면 쨍 소리 나게 맑은 하늘"에 대한 향수로 넘치곤 합니다..
회색의 도시에 갇히게 되면서 잃어버린 푸른 하늘은 어느새 감당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변해 귀향을 꿈꾸게 합니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어도 먼산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그곳에 가있는 나를 발견하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도시를 떠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속세도 벗어나고 싶지만 이 악몽의 도시를 벗어나는 일도 녹록치가 않습니다.
며칠을 벼르다 하늘공원으로 달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에 그곳에 다녀왔으니 딱 반년만의 걸음입니다.
운좋게도 서울에서는 참 보기드믄 하늘을 담아와 종종 바탕화면으로 바꿔가며 쓰고 있는 그림입니다.
어느새 난지도의 하늘은 항상 푸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나 봅니다.
그러나 반 년 뒤의 하늘은 맑은 날이었음에도 트이지 못한 시야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지난 가을의 하늘은 아주 잠깐 비구름이 몰려들었어도 음산하지 않았었다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늘공원을 찾은 두 번째 이유는 야생화를 보고싶어서 였습니다.
그러나 억새를 베어낸 그 넓은 자리에는 민들레와 제비꽃만 드문드문 보였을 뿐입니다.
황량한 들판으로 변해버린 억새밭을 하릴없이 터벅거린 셈이지만 가꾸어 놓은 꽃 중, 그나마 눈길을 끌었습니다.
육안으로 본 보라색꽃은 참 고왔는데 역시나 디지털의 세계는 보라색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저 만만한 게 빨강, 파랑, 노랑인가 봅니다.
어느새 해거름입니다.
공허한 마음으로 읽어서 일까요?
한참동안 등을 기대고 밀어를 나누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한쌍의 실루엣이 심각해 보입니다.
맥없이 카메라의 전원을 끄며 벤치에 주저 앉아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