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이야기
보리가 있는 풍경
낮은담☆
2007. 8. 29. 21:27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예기치 못한 풍경을 만나는 일이 때로는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엊그제 수리산 자락에 사는 친구에게 가는 길이었습니다.
여유롭게 걸어볼 생각으로
늘 다니던 곳보다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다가 마주친 풍경입니다.
촛점창 속으로 들어오는 그림은 어느새
푸른 보리이삭을 손바닥에 놓고 부벼대던
어린 시절의 기억 한 토막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뒤에 버티고 선 건물이 아니라면
가로등과 도로시설물들이 아니라면
영락 한적한 시골풍경입니다.
그래도 나는
어느새 마음이 느긋해져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소나무 가지 사이에서 들려오는 꾀고리 소리와
이랑에 숨어서 화답하는 종달새 소리를 들었습니다.
종다리를 잡겠다고 납짝 엎드린 내가 보였습니다.
다시 보니 투명한, 얇은 막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2007. 06. 03.